로봇 세상을 꿈꾸는 세대가 지금 어린이와 청소년 세대만은 아니다. 이미 50~60대가 된 세대들도 어린 시절에 로봇 세상을 꿈꾸며 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엔 로봇 세상이 펼쳐지리라는 상상을 했다. 세상은 그 동안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상상도 못한 기술들로 가득 차게 되었지만 오래된 로봇의 꿈은 별로 변한 게 없다. 로봇 같지 않은 산업용 로봇은 많은 생산 현장에 도입되었지만 기대했던 로봇은 대부분 상상 속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상상 속의 로봇이 현실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공장 내에서 묵묵한 일꾼으로 남아있다가, 이제는 산업 현장 밖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의 일상사 속으로 청소 로봇, 반려용 로봇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쟁의 현장에서는 무인 비행기들이 활약하고 있고 재난의 현장에는 로봇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원전 처리에도 로봇이 동원되었다. 구글이 시현해 보였던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는 이미 10여 대가 실리콘 밸리에서 운행되고 있고, 아마존은 무인 비행기로 배달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구글은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계속 로봇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로봇의 역할 확대는 2000년대 로봇 시장의 변화상을 통해 잘 드러난다. 2000년대 초반, 전체 시장의 1/8에 불과하던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10년경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로봇이 성큼 우리 앞으로 한걸음 다가선 것은, 그 동안 축적되어 온 기술들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달하면서, 이제 그 임계점을 넘어서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이미지와 소리, 가속도, 방향 등을 감지하는 고정밀 초소형 센서들이 본격 상용화 되면서 감지 기술 전반에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음성, 얼굴, 3차원 이미지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술들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던 동작 기술들은 이제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구현하는 휴머노이드의 구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의 두뇌 용량과 판단 능력도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
로봇에 대한 오래된 꿈은 이제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다. 로봇이 얼마나 빨리 우리의 실생활에 변화를 미치게 될 지는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이미 상당 부분은 가시권내에 들어와 있다. 로봇의 세상에 대한 오래된 꿈은 우리의 삶을 넘어 산업 판도에도 변화를 미치게 될 것이다. 로봇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안겨주는 한편, 우리의 사생활과 신변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수많은 산업 인력과 서비스 인력들을 실업으로 몰아낼 수도 있다. 기업들에게도 엄청난 기회와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아직 좀 먼 미래일 수도 있지만,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로봇의 세상에 대한 대비에 늦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